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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스토리텔러다

뇌가 스토리텔러라니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흔히 ‘뇌’라는 것은 우리들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지시를 내리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시각, 청각을 비롯한 오감과 기쁨, 슬픔 등의 감정, 그 외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 기억, 생각 등이 뇌의 주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뇌는 우리네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뇌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드는 기관임을, 그리고 그것이 뇌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몇 해 전 모 회사의 광고 중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유명한 실험이 있다. 피실험자의 앞에 가격이 2000원인 커피와 4000원인 커피를 놔두고선 무료로 맛을 보게 해준 것이다. 그런 다음 피실험자가 어느 커피를 맛있다고 대답 하는지 촬영한 광고였다. 실험 결과는, 모두 가격이 4000원인 커피가 맛있다고 답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두 커피의 오묘한 맛의 차이에 대해 줄줄이 대답을 했다. 과연 그들은 정말로 두 커피의 맛의 차이에 대해 알아차린 걸까? ㅇ

안타깝게도 이들의 대답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두 커피는 사실 똑같은 커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설탕이 없이도 단 맛이 난다든가 향이 더 고급스럽다거나,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가며 4000원인 커피가 맛있다고 대답을 했다. 그 이유는 뭘까? 해답은 뇌의 스토리텔링 기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있다. 이 시기에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세상의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평생의 가치관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20세기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든 이후에는 언제나 ‘비싼 것이 더 맛있다’라는 가치관 아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결정적 시기’에 이 가치관을 흡수하였고, 그에 따라 우리는 ‘비싼 것이 더 맛있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실험에서 피실험자가 2000원인 커피와 4000원인 커피를 마셨을 때, 피실험자의 혀는 똑같은 맛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뇌에는 이미 비싼 것이 더 맛있다는 가치관이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내며 4000원인 커피가 더 맛있다는 거짓 정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결과, 피실험자는 자기도 모르게 4000원인 커피가 더 맛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뇌는 혀와 같은 감각 센서에만 의존하여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를 이용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뇌는 두개골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없으므로 눈, 코, 귀, 혀와 같은 감각 센서들을 통해 세상을 접하게 되는데, 이러한 센서들을 100%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알고, 믿고, 경험했던 스토리들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다. 뇌는 이 스토리들을 이용해 우리가 하는 행동들에 대해 모두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들에 대해 정당한 이유,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뇌는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도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바로 ‘꿈’이다. 우리는 꿈에서 무한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꿈과 현실의 차이를 운전과 비교를 해보자면, 현실은 두 눈을 뜨고 옆 차와의 간격, 교통 신호들, 횡단보도, 자동차의 속도 등등을 신경쓰면서 운전을 하는 것이지만 꿈에서는 눈을 감고 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실과 같은 제약이 없기 때문에 꿈에서는 어느 곳이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꿈에서 훨씬 창조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누군가는 꿈꾸는 뇌를 오리지널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간 개념으로 보는 뇌와 스토리

위와 같이 뇌와 스토리텔링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 시대의 훌륭한 스토리텔러들은 뇌가 가진 스토리텔링 기능을 극대화하여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우리들은 그들의 스토리에 매번 울고 웃고 감동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의 스토리에 감동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뇌의 발달 과정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는 처음부터 현재와 같았던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차곡차곡 발달해 왔기 때문에 그간의 발달 과정이 현재의 뇌 속에 모두 담겨 있다. 그 속을 들여다 보아야 우리가 훌륭한 스토리에 감동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시간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원시 시대의 뇌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때문에 오직 ‘현재’가 중요했다. 예를 들어,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바로 먹으면서 생존해나갔다. 따라서 이 때의 인간은 ‘현재’에 대한 욕망만을 가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자 뇌도 점점 발달을 했고, 감정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감정은 곧 기억을 말하므로, 이 때부터는 ‘과거’도 중요해졌다.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내가 과거에 이 음식을 먹었을 때 어땠었는지를 기억한 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때의 인간은 현재의 욕망과 과거의 욕망을 동시에 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뇌는 ‘미래’를 예측하게 되었다. 현재 상황과 과거의 기억을 합쳐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이제 미래를 예측하여 음식을 먹거나 버리거나 저장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우리의 뇌의 형태는 바로 이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위와 같은 세 번의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포괄하는 기능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현재와 같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를 이룩해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은 이제 ‘과거’, ‘현재’. ‘미래’의 욕망을 모두 채워야 하는 숙제에 빠지게 되었다. 이 숙제가 인간에게 불행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인간은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단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행동을 통해서는 언제나 ‘과거’, ‘현재’, ‘미래’의 욕망 중 하나만을 만족시킬 뿐이다. 나머지 두 가지 욕망은 언제나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은 현재와 같이 고도로 발달한 뇌를 가지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훌륭한 스토리에 감동을 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평상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과거’, ‘현재’, ‘미래’의 욕망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해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있었지만, 훌륭한 스토리를 보면서는 그 스토리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경험하면서 세 가지 욕망을 모두 만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겪기 힘든 이 세 가지 욕망의 충족이 바로 ‘감동’이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명작 영화를 보며, 소설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감동을 받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훌륭한 스토리라는 것은 아무나 완성하기 힘들다. 뇌에는 본래부터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 ‘현재’, ‘미래’의 욕망을 모두 만족시키는 스토리는 훨씬 더 고난이도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의 대가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정을 받는 것이다.


뇌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미래

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이용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점점 발달을 거듭하여 ‘과거’, ‘현재’, ‘미래’의 욕망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뇌는 이 세 가지 욕망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여 스토리텔링 기능을 점점 강화해 왔을지도 모른다. 세계는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고 인류는 편안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언제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불완전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 뇌가 준 선물과도 같은 능력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뇌의 스토리텔링 기능은 미래에 인류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핵심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뇌과학자들이 이 시대의 훌륭한 스토리텔러들에게서 눈을 돌릴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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