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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영감, 얼음같은 구조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매력적인 이성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어렵다. 오죽하면 스토리의 구루라 일컬어지는 로버트 맥기 마저 누가 자신에게 글쓰는게 너무 재밌어서 손이 막 저절로 글을 써내려간다고 말하면, ‘니 글은 정말 형편없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다 했을까.

스토리를 만들기 전에는 누구나 다 아름다운 상상을 한다. 불같은 영감이 생겨 일필휘지로 모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란 상상.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한 줄도 채우지 못한 하얀 백지를 보며 그것은 터무니없는 상상이었음을 곧 깨닫게 된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스토리를 만드는데 어떤 법칙이 있으려나 싶을 수도 있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존재한다. 그 과정은 마음에 드는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작전을 짜는 것과 유사해 감성과 이성이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교차하면서 짜여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의 순서와 방법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다음과 같은 과정을 어떤식으로든 밟지 않고서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성 탐색하기 – 공중에 떠다니는 이야깃거리 잡기

매력적인 이야기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허구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다루는 것은 삶의 진실이어야 하기에, 이야깃거리는 특별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가운데에 늘 존재한다. 신문, 잡지, TV, 음악, 그림, 오래된 친구, 가족, 거리의 사람들 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야기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그래서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항상 세상일에 예민하게 촉을 세우고,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 작업은 매력적인 이성을 탐색하는 것과 같아서 발품을 많이 팔수록, 빠르게 움직일수록 좋은 꺼리를 찾을 확률도 높아진다.

나만의 매력 찾기 – 모두가 좋아할만한 나만의 메시지 찾기

탐색 끝에 매력적인 이성을 찾았다고 무조건 들이대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바로 나의 매력지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수많은 이성들 중에서도 특별히 나여야만 하는 이유, 내가 아니면 해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그녀가 좋아할만한 것이어야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찾아낸 이야깃거리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뿐이다. 그 ‘사실’을 이 스토리는 다른 스토리들과 어떻게 다르게 이야기할 것인가.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인가. 그리고 그 새로운 시각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 냉정하게 묻고 대답해야만 한다. 그 답이 찾아져야 비로소 이야깃거리를 통해 스토리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도출되는 것이고 그제야 그 스토리가 세상에 나와도 되는 타당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나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 이야기 포장하기

충분한 검증을 통해 찾아낸 이야깃거리에 확신이 있고, 하고자하는 바도 분명하다면 이제 이야깃거리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포장할 차례다. 진정한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진정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시작하기도 전에 사랑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매력적인 이야깃거리, 매력적인 메시지라 하더라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매력적이지 못하면 누구도 그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고 흥미를 잃는다. 그래서 매력적인 인물, 사건, 배경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보여주는 배경은 어디인지, 인물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면, 당연히 이 이야기를 가장 매력적으로 드러내줄 수 있는 배경은 신분제도가 엄격한 사회여야 하며, 인물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사랑에 열정적인 인물이어야 할 것이며, 사건은 자신과 신분이 다른 이성을 만나는 일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인물, 사건, 배경을 정할 때,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가! 따라서 아무리 매력적인 인물이더라도 이야기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와 정 반대의 가치를 가진 인물이라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매력의 극적 노출 - 스토리로 밀당하기

아무리 먹기 좋은 빵이라도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매일 먹으면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고 질릴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인물이라도 매일 같은 일을 의미 없이 하면 어떠한 재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건구성이다. 첫 번째에는 어떻게 등장할지,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다른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세 번째 쯤에는 살짝 튕기는 게 좋은지 등등 어떻게 하면 가장 극적으로 매력을 노출할 수 있을지 작전을 짜는 것이 스토리에도 필요하다.

스토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스토리에 흥미를 잃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인과관계를 바꾸기도 하고, 앞쪽보다 뒤쪽에 더 큰 사건을 배치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과 미리 친해질 시간을 주기도 하고, 일부러 숨겨진 매력을 나중에 보여주기도 하면서 스토리를 밀었다 당겼다 완급조절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구조짜기다. 스토리는 서스펜스와 미스테리를 주면서 진행하는 것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 하나, 대사 하나 철저한 계산 하에 짜여져야 한다. 단, 주의해야할 것은 모든 것을 계산만하다가 인물의 감정선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인물을 로봇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구조를 짜려면 반복된 훈련으로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몸이 자연스럽게 구조의 리듬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으로 모든 작전 설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하기뿐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하얀 백지를 다시 용기있게 펼치자. 그리고 글과의 연애를 시작해보자. 얼마나 아찔하고 아름다운 연애가 시작될지 두근두근하지 않는가. 단, 아무리 연애지침서를 많이 읽었어도 실제 연애는 다르다는 사실, 언제나 연애는 달콤하지만 않다는 사실은 잊지 말기 바란다.

당신의 연애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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